"알 수 없는 힘"으로 "이세계에" 가지 않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던 "소드 아트 온라인" 원작자에게 물어보았다(카와하라 레키 작가 대담) 만화


많은 플레이어들이 한 세계 속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을 "MMORPG"라고 한다. 가상공간 안에서 MMORPG 세계를 누비는 등장인물들과 게임 속 세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소드 아트 온라인>(이하 <SAO>)이 전세계에서 인기를 떨치고 있다. 원작 라이트노벨은 지금까지 세계 각국을 통틀어 시리즈 발행누계 2,000만 부, TV시리즈 애니메이션에서 나아가 영화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이 흥행수입 43억 엔을 넘어가고 있다.


MMORPG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SAO>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VR·AR·AI 등 시대를 앞지르는 "기술"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다. 원작자 카와하라 레키 씨에게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관계성에 대한 의견 등을 물어보았다.

*주의: 대담의 성격상 <SAO> 시리즈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다룰 가능성이 있습니다.

<SAO>의 무대는 VR에서 AR・MR까지

-지금까지 <SAO>에서는 VR 헤드셋을 이용한 MMORPG 세계에 "다이브"해서 적과 싸우거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설정이었죠. 그런데 최신작인 <오디널 스케일>에서는 확 바뀌어서 AR을 이용했어요?

*편집자 주: VR은 가상현실로 AR은 VR의 일종이자 확장현실의 줄임말이다. VR은 헤드셋을 쓰고 갇혀진 듯한 가상공간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AR은 현실세계 안에서 가상 속 인물이나 물건의 정보를 확장적으로 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을 본다." 같은 행위라고 해도 VR에서는 가상공간 속 방에 놓여진 가상테이블 위에 놓여진 가상꽃을 보게 되지만 AR에서는 현실 속의 실제 테이블 위에 가상꽃의 정보를 표시하는 식이 된다. 

사실은, 극장판 구상 초기에는 토쿄를 재현해서 만든 VR 세계를 무대로 만들어 볼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해 보니 토쿄를 연상시키는 장소에서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한편 실제 몸은 VR 고글을 쓰고서 토쿄 바깥에서 누워있는 모습에 좀 위화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무대가 완전히 이세계 같은 곳이라면 그렇게 위화감이 없겠지만요... 그렇다면 아예 실제 토쿄에 직접 가서 AR을 써서 몬스터와 싸우거나 수수께끼를 풀거나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었죠.


이미 영화 플롯은 <VR>을 기본으로 쓰고 있었고 스태프와의 회의도 시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AR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터놓고 말했을 때엔 모두들 "엑!?"하고 말았죠. (웃음)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포켓몬 GO>가 대박을 쳤어요. "공원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AR 게임을 가지고 논다."는 광경이 현실이 된 거죠. 그 때까지는 <Ingress>(<포켓몬 GO>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AR 게임)를 참고로 하고 있었는데 <포켓몬 GO> 덕분에 단번에 이해를 살 수 있는 점이 생겨난 거죠. 감독을 맡은 이토우 토모히코 씨는 Ingress 쪽도 꽤 열성적으로 했었지만 스태프 대부분은 AR이라는 단어가 나와도 곧잘 연상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아마, <포켓몬 GO>의 등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 거군요. 하지만 <포켓몬 GO>도 AR게임치고는 "잡고 싶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오디널 스케일> 같은 현실과 허구가 완전히 융합한 세계를 그리는 건 연구나 고민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이야기의 골자(아버지가 기술을 통해 죽은 딸을 되살려 내는 것)는 바뀌지 않았지만 예를 들어 실제 거리의 풍경 속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릴 경우 배경도 애니메이션이 되죠. 허구에는 허구를 씌움으로써 AR의 "현실을 확장시킨 감각"이 만들어지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개성이 있는 건물은 형태를 남기면서도 척 보기엔 판타지 세계가 된 것처럼 만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극장판을 본 분들로부터 "이건 AR 수준이 아니라 MR=복합현실이네요" 같은 감상을 받게 되었지만요.(웃음)

-여기에다가 MR(복합현실)로 넘어가면 극장판 스태프과의 의견 일치를 하는 데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이 요구되겠죠. <포켓몬 GO> 서비스를 시작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Hololens> 판매를 시작했는데 아직 일반적인 기기로 정착되지 못했고요.


MR에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서로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죠. AR이라고 하기엔 눈 앞에 펼쳐진 세계가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웃음) 저도 극장판 공개 후에야 Hololens를 체험했는데 실제 물건을 만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상상력을 자극받으면서 이토우 감독이 이걸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지 골똘히 생각했어요. 감독은 <SAO>를 VR게임으로서 어떻게 표현할지 노하우를 축적해 왔지만 이걸 AR·MR로 발전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었어야 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각본상 조리를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이동시간에 대한 문제 같은 거요.

-그러고 보니 이야기 종반에 주인공인 키리토가 도내 각지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잖아요? 극장판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에비스에 도착할 수 있는 거지?"하고 놀랐어요.

토쿄 각지에서 동시에 출현한 보스 캐릭터를 최단거리로 이동해서 모두 시간 내에 무찌르는 장면 말이죠? 각본을 쓸 때엔 "아니지 이건 아니야!" 싶었지만 간신히 맞췄어요. 토쿄 도내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의외로 바로바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서요.

그리고 AR이라서 "등장인물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건가?"하는 점도 문제가 되었어요. 실체가 없는 몬스터가 공격해온다 한들 물리적인 상처를 입을 리 없으니 긴박감이 떨어져 버리죠. 그렇다고 해서 "아인크라드" 편처럼 장치 때문에 뇌가 파괴되는 걸 쓸 수도 없고요. 고민한 끝에 기억을 읽어내서 소거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소중한 기억이 없어져 버리는 설정을 쓰기로 했어요. 이것도 현실성을 생각해 봤을 때 좀 많이 나간 것 같지만요.

한편 실제로 토쿄를 무대로 했을 때 명소 순례 같은 놀이가 생겨난 점은 재밌었어요. 작품에 나오는 신쥬쿠나 오오기, 에비스, 아키하바라 같은 곳을 상당히 현실감을 살려서 그리려고 감독을 필두로 스태프가 세밀하게 취재를 해왔으니깐요.

<SAO>를 주제로 한 디지털 마일리지가 1월 28일~2월 28일까지 개최된다. 도내 열두 곳에 있는 지점 부근에서 전용 AR 어플리케이션을 기동하면 화면에 <SAO>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디지털 도장과 그림을 수집할 수 있다.

최신기술을 "이야기"로 만들게 된 이유

--지금까지 <SAO>는 20권이 출간되었고 TV에 극장판, 게임까지 발을 뻗고 있는데 카와하라 씨가 어떤 경위로 최신기술을 이야기에 도입했고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켰는지 알고 싶어하는 독자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꿈을 부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모두 우연이에요.(웃음) 제가 <SAO>시리즈를 제 누리집에서 쓰기 시작한 게 2001년이었어요. VR 원년이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고 실생활 안에서 AI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될 줄 전혀 모르고 있었죠. 담당 편집자인 미키 카즈마 씨는 항상 "<SAO>는 타이밍이 생명이야"라고 농담을 던지실 정도죠.

만약 그 다음 해에 <전격대상>(*KADOKAWA 아스키 미디어 워크스가 매년 개최하는 소설·일러스트·만화 부문 신인상)에서 상을 받았다면 타이밍이 너무 빨라서 독자 분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작품도 이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을 거에요. 게임 속 세계를 그린다 한들 MMORPG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독자로선 연상을 해내기 어려운 세계관이었을 테니깐요.

--독자 쪽이 연상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예비지식과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는 거군요. 지금도 "판타지 세계에 나도 들어가 보고 싶어" 같은 욕구는 소위 "이세계 이야기" 같은 게 많으니깐요.

그렇죠. 당시엔 VR 이전 MMORPG 같은 인터넷 게임 자체가 대중적이지 못했으니깐요.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거에요. 나중에야 "그러고 보니 VR을 소재로 한 작품 있지 않았나?"하고 돌아봐 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이세계 이야기는 많은 반면에 <SAO>처럼 기술이 어느 정도 일치성을 가진 판타지 세계로, 같은 이야기는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제가 해버리면 다들 좀처럼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되는 면도 있을 수 있겠죠. 제가 장르 개척자라는 건 전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힘"을 쓰지 않고도 이세계로 넘어가려면 그런 헤드기어 같은 게 나오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면 감상란에 "<SAO> 같은데?"라고 쓰는 분이 나오겠죠. 그건 제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런 것 외의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거든요... 전송장치 같은 걸 쓰면 너무 커져 버리니깐 이런 것보단 아이가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상황을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한편 <드래곤 퀘스트> 같은 걸 하면서 자란 세대가 보면 "알 수 없는 힘" 같은 것에 그닥 저항감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술이나 일치성 같은 걸 녹여낸 이야기에 집착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처음에 <SAO>를 구상했을 때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플레이어의 혼이 게임 속 세계에 빨려들어가 버리는 전개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걸 선택해 버리는 순간에 "뭐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에 빠져서 쓰고 싶었던 작품의 장르와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버릴 것 같았거든요.

게임을 소설로서 썼을 때엔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뭐 하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인공이 평범한 게임기를 가지고 논다"는 점이라 생각했죠. "이세계로 날아가는" 것 같이 극히 평범한 설정을 집어넣는 순간 독자는 멀어지고 말아요. 독자 분들께 어디까지나 "자신이 주인공이라 한들 이상하지 않은"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 점을 중시했기 때문에 기술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즉, 판타지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죠.

--척 보기엔 판타지지만 사실은 과학소설에 가까운 식으로요?

음... 과학소설이라고 제가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입장상 정신은 그 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정도이죠. 제가 판타지보다는 과학소설 쪽을 보고 자랐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릴 적엔 판타지 하면 외국 작품이 중심이었으니깐요. <반지의 제왕>이라든가 <Eternal Champion> 시리즈 같은 건 어린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웠어요... 그에 비해서 아이작 아시모프나 에드워드 엘머 스미스의 렌즈맨 시리즈 같은 과학소설 속 이야기는 시원시원하고 직선적이고 어떻게 보면 목가적이어서 가까이 하기에 좋았죠.

<SAO>는 그런 이야기들 정도로 기술에 치중하지 않고 상세한 설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담당 편집자인 미키 씨와도 과학소설 작품이 어쩌고 같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하지만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은 관철하고 싶었어요. 작품 중에 나오는 너브기어 같은 장치도 독자가 친숙해지기 쉬운 게임기 같은 거지 과학소설에 나오는 기계팔은 아닌 거죠. <SAO>는 "게임소설" 부류 안에 머물러야 해요.

--그런 균형감각이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는 없었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르겠네요.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진 <SAO> 무대는 AI를 향해

--<오디널 스케일>은 실제 토쿄를 무대로 했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거뒀어요.(*미국에선 600관, 중국에서는 6,000관 규모이며 세계적으로 7,600관에서 상영되었다.)

그렇죠. 소설도 번역되면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어요. 특히 중국에선 소위 "인터넷 소설", 그것도 <수호지> 같은 걸 연상시키는 "무협 이야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상위에 오른 작가는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죠. 소위 "나 좀 짱인듯?" 같이 주인공을 최강으로 설정해 놓은 게 인기를 얻으면서 그 시류에 <SAO>가 친화성을 가진 건가 싶어요.


--키리토는 그야말로 그런 부류죠. 그리고 키리토는 애니메이션화가 발표된 <앨리시제이션>편에서 자위대가 군사용으로 쓰려고 개발한 AI 캐릭터들과 할께 여행을 하게 되어 있어요.

아까 말한 친숙한 게임을 소재로와는 모순된 컨셉을 잡아버렸나 싶을 정도로 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장치인데다가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 같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극히 지양하고 키리토 등이 하는 말에서 나타내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독자 분들도 읽어주실 수 있겠지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설명문은 과장하기 힘들고 파고들지 않기가 힘들어지지만 대사를 쓰면 간결하게 때로는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니깐요.

(한국어판 9권 129~130)

--키리토는 상당히 대충 설명하는 면이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서둘러야 하니 어쩔 수 없네 같은 건가요?(웃음)

그런 거죠(웃음)

--그건 그렇고 <오디널 스케일>도 <포켓몬 GO>와 타이밍이 잘 맞았지만 <앨리시제이션> 편도 AIBO 부활이나 스마트 스피커 등장 등 AI가 가까운 존재가 된 절호의 타이밍에서 영상화되었네요.

<앨리시제이션> 편은 "언더월드"라는 가상세계가 무대가 되었고 자아를 가진 NPC들이 "우리는 AI에 의해서 태어난 존재다"라고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을 하죠.

--<드래곤 퀘스트>에 비유하면 "마을 사람들"이 각각 AI에 의해 만들어진 자아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과 같겠네요.

그렇겠죠. 이야기상으로는 무시무시한 일을 겪게 되지만 이 사람들이 AI라는 것을 알고 있는 쪽에서 보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망설임이 생겨날 법해요. 저는 그런 감각을 <앨리시제이션> 편에서 느껴주셨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실세계에서는 AI가 사회에 점점 침투해 들어오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인간에게 편리할뿐만 아니라 충돌도 발생할 거예요. AI가 인간의 일을 빼앗는다는 보도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렇게 되었을 때에 AI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겠죠. <앨리시제이션> 편은 인간과 분간할 수 없는 AI가 생겨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을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담겨져 있어요. 인간이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을 뿜어낼 대상으로써 AI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미래에 이 문제 제기가 현실이 되었을 때, <SAO>를 읽었던 사람들이 AI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죠.

--거슬러 올라가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나 테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등에서도 던졌던 메시지이기도 하죠. 거기에 등장한 게 로봇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것엔 외형적으로도 인간과 명확하게 분간할 수 점이 있는 것에 비해 <SAO>에서는 가상공간 안에서 인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 것이 독특했어요. 


아스나나 키리토를 도와주는 AI 캐릭터 유이의 존재감도 그렇지만 가상게임 세계에 사는 NPC는 지금까지의 게임 캐릭터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앨리시제이션> 편에서는 그걸 주제로 삼아 전면적으로 내세운 거죠.

--카와하라 씨가 <SAO>를 쓰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된 <울티마 온라인> 같은 MMORPG 작품에서는 AI 같은 게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각자의 행동원칙을 가지고 생활을 해나갔죠. 거기에 AI 캐릭터가 존재해도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 거란 생각이 <앨리시제이션> 편과 통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죠. 최근 와서는 실제 사례가 발생하면서 자료를 읽어보거나 게임 회사에서 AI를 연구하는 분을 취재하기도 해요. 아직 특정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Narrow AI"[1]뿐이라 "자아를 가진" 것에 다가가기엔 아직 멀었지만 스마트 스피커 등이 등장하면서 일상회화를 주고 받으며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AI의 학습이 상당히 진전되지 않을까요?

--<SAO> 시대설정은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후인 2026년인데요, 그 즈음엔 묘사된 세계가 실현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등장한 스마트폰에 의해 우리의 생활이 크게 변했잖아요. 2026년엔 과연 어떨까요... 지금 접근하는 방식을 보아서는 General AI에 이르는 건 어려워 보여요. 단, 혹시나 생화학적으로 인간의 뇌를 재현해서 완전히 다른 수법으로 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죠.

--어디까지나 망상이시겠지만 의외로 논리적인 방법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으로 뇌가 호불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을 방아쇠로 삼아도 일종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에 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네요.

그 정도의 기능을 가진 생체뇌로라면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AI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최대난관이자 핵심인 부분이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AI끼리 대화를 시키면 결국 독자적인 언어를 만들어내서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겠죠.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는 생명체를 기본으로 한 AI는 소설가가 보기엔 비극밖에 낳을 수 없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SAO>에 AI까지 나오고 말았는데 다음엔 어떤 분야를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말해왔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완전히 다른 것을 짚어내기보다는 지금까지 축적되고 만들어진 주제를 주로 다뤘어요. 다음번엔 에너지를 주제로 삼아볼까 합니다.

<앨리시제이션> 편 마지막에 앨리스라는 AI가 현실세계에서 로봇 몸체에 들어가 활동을 해요. 그렇게 된 이상 밥 대신 어떤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죠. 인간이 그런 식으로 다른 몸체에 들어가 활동하는 시대가 온다 해도 에너지는 의료문제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떠오르겠죠. 지금현재 일본도 핵발전 문제 같은 에너지를 둘러싼 문제가 혼돈과 같은 상황에 빠졌어요. 라이트 노벨 치곤 좀처럼 없는 소재를 다루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에너지와 유지는 저의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하는 주제에요.  

한편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SAO>의 기본이기도 한 온라인 게임은 현실세계에서 정점을 찍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최근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온라인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이브 온라인> 같은 십 년 전에 나온 작품이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질 못해요. 국내에서는 소셜게임으로, 외국에서는 오픈월드 형식 RPG나 FPS로 옮겨가고 있죠.

--그러고 보니 오픈월드 형식을 차용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도 1인용이네요. MMORPG 쪽에선 대박을 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고요.

소셜게임도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깐 이야기 속에서 "게임이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심화시켜서 "궁극의 게임체험"을 그려보고 싶어요.

--2월에 출간될 예정인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래시브 5>도 기대되네요. 오늘은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6 카와하라 레키/KADOKAWA 아스키 미디어워크스/SAO MOVIE Project
©2014 카와하라 레키/KADOKAWA 아스키 미디어 워크스/SAOⅡ Project
©카와하라 레키/아스키 미디어 워크스/SAO Project


카와하라 레키 씨 대담은 읽어보는 것도 처음인데 이렇게까지 깊은 내용이 나올 줄은 몰랐다. 중간엔 거의 <스켑틱> 기사를 번역하고 있는 건가 생각까지 들었고...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뜸 이세계 뽀개기(?)나 이세계 아방궁화(?)를 들이대는 작품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런 정도의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어야 되는 걸까. 아니 뭐 키리토가 게임세계를 뽀개고 아방궁으로 만든 점에선 똑같지 않나...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접속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