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

1979년에 엘런 랭어 교수가 생체시계와 관련해서 사람들의 심리가 시간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과거의 특정 시점에 맞추어진 환경을 갖추게 되었을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7,80대 노인들에게 이십 년 전의 양식이다 싶은 집에서 그 당시의 방송과 노래가 나오는 환경에서 살도록 지시를 했는데 일 주일간 진행했을 뿐인데도 피험자들의 신체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고 한다.(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 생체 시계, 그리고 마음의 시계) 이 글을 보고 나서 어떻게 글을 써야 될까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이번에 <미스 프레지던트>를 보면서 글의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군부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인식 심기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 할지언정 저 사람들에게는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그 당시 한국이 가난했던 것도 군부 독재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이것이 해결된 것도 사실이었다. 

"임금이 돌아가시면 사배를 올렸어요. 세계를 위한 생각을 하고 애쓰던 분이셨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임금이나 마찬가지죠! 온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대통령인데..."

그걸 지켜보면서 자라고 늙어간 세대들에겐 그 때야말로 황금같은 시대였고 그런 황금같은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 군부의 공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에 의한 것이라 한들, 그 과정에서 일본이 톡톡히 이득을 보아왔다 한들, 그것이 당신들의 희생 위에서 쌓아올려진 것이고 그 성장의 과실은 모두 성장중심주의로 인해 다른 쪽으로 넘어간 결과가 IMF 관리체제와 금융위기를 불러온 것이라 한들 그것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숭배하며 사는 것이 그들에겐 더 편할 수 있다. 나아가기엔 그 당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시민들의 인식에 자리잡는 과정이 오기 전에 이승만과 군부 독재가 휩쓸어버렸고 그 휩쓸린 자리에서 살아간 사람들에게 씌어진 인식을 바꾸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금같은 시대는 박정희나 육영수가 아니라 당신들의 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도 어떻게 보면 허무하게 막힐 수 있는 말이다. 상당수의 박정희 숭배 세력은 이미 노년에 접어들어 있고 그들이 쌓아올린 것들은 모두 사그라들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이 사그라드는 만큼 정신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버텨야 되고 그 대상이 박정희인 것이다. 위에서 말한 이십 년 전 양식으로 만들어진 집처럼.


돈을 받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이야기가 꽤 많이 돌긴 했지만 그런 것만으로 이렇게 열성적으로 나오긴 힘들다.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도 그렇고 개봉한 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안 좋았다. 이 영화를 찍은 김재환 감독의 전작 <MB의 추억>이나 <쿼바디스>에 비하면 반토막도 안 되는 흥행밖에 못했을 정도였다. 본 사람들의 평점도 상당히 안 좋고... 이런 경향 속에서는 상대방을 보려고 하지 않고 벽을 쌓아버리는 반대편 사람들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따지면 저 분들이 더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지만) 무조건 자신들과 맞지 않는 생각을 배척하고 문재인 정부와 조금이라도 대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박정희 숭배 세력과는 방향이 약간 다른, 하지만 매우 익숙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 노무현과 관련해서는 박정희 숭배와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고... 지금도 이런데 이들이 상대편과 비슷한 연령대에 진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 말하는 것과 같이 사람은 자신이 가장 활달했던 그 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미래에 변화를 요구할까? 안 그래도 저출산으로 인해서 미래의 세대균형이 완전히 폭발 직전 단계로 가게 될 텐데...

결국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건 저런 사람들이고 나처럼 찌질하게 방구석에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나가떨어지는 게 순리인 건가 싶다. 세상이 망하든 말든...

덧글

  • Gremory 2017/12/24 14:54 # 답글

    박정희 숭배나 노무현, 문재인 숭배나 모두 감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동일.
  • alone glowfly 2017/12/24 15:21 #

    그렇겠죠. 그런 점을 지적하면 역시 감성적으로 반발하겠지만...
    이런 감성이 정치 영역에서는 자제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권력자들이 그걸 팔아먹고 조장하고 있으니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 뭔소리 2017/12/24 19:38 # 삭제 답글

    박정희 숭배라는 것은 좀 웃기는 얘기인데, 3일동안 밥을 안 굶어본 사람은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굶어죽은 사람도 있다. 감성이라니? 박정희의 독재가 아니었다면 고문으로 죽은 사람도 없겠지만, 굶어죽은 사람은 더 많겠지. 뭐가 잘났는가 하고 따지기 전에 중립적으로 판단하면, 그 시대에 필요했던 것이 만족되고, 이 시대까지 이어진 것을 혜택 받는 사람들이 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칭송하는 것도 웃기지만, 하도 욕하니까 반발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욕하지 말아봐라. 그러면 저렇게 떼를 쓰면서 나오지 않을 걸. 그리고 세종대왕 칭찬하고, 박정희 욕하고 그러는 건 좀 웃긴다. 세종은 사람을 박정희보다 더 많이 죽였다. 그리고 엄청난 독재 중의 독재였다. 그냥 역사는 역사로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보다 더 인간적으로 낫게 살려고 노력하면 안되나?
  • alone glowfly 2017/12/24 22:11 #

    네 뭐 전 삼시세끼 양친 덕분에 잘 먹고 있습니다.
    저도 욕만 늘어놓는 건 건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박정희 숭배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좌빨로 몰아가면서 시대의 발전을 저해하고 급기야 박근혜 같은 사람을 청와대에 들여놓으면서 상황이 이 꼴로까지 오게 되면 비판을 안 할 수가 없을 텐데요. 그리고 박정희를 비롯한 독재세력과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좌빨 칭호 부여(?)로 끝나지도 않았고. 박정희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경제가 발전했다는 건 본문에도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가 없었다면 발전하지 못했다는 건 그냥 넘겨짚기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자본에 몰아주면서 훗날 부작용이 일어난 건 왜 그렇게들 외면하시는 건지...
    그리고 오백 년이 넘게 차이나는 시대를 비교하면서 정당화시키는 건 그냥 웃기네요. 그렇게 따지면 독재가 아니었던 왕조는 어디에 있는 건지... 요순시대라도 가야 되나요? 1900년대 중반은 그런 굴레를 벗어나는 과정이었고 잘못된 대통령을 시민의 힘으로 내려오게까지 만들었던 시기였는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었던 장면 정권에 쿠테타를 일으킨 사람을 그 땐 시대가 그랬어라고 하실 수 있다니 참 대단하시네요.
    임 같은 반응을 염두에 두고 감성적이라고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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